앞에서도 말했듯이 철학자들이 경제학을 만들었다. 즉 경제학자들은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는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만든 경제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군중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학자들이 만든 자본주의 시스템의 최고 승자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성공 비결로 하나같이 '철학' 을 들고 있는 까닭을 설명할 길이 없다.
미국 최고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 에서 털어놓은 다음 말을 들으면 앞의 이야기들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책을 특히 즐겨 읽는데 그는 자신의 양심이 믿는 바를 따를 것을 강조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혼자 힘으로 생각하라는 것인데 나는 그 철학에 동의한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선명한 사고에는 필수적이며 어떤 종류의 집단 심리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군중과 다르게 투자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는 유의 이야기는 사실 매우 식상하다. 거의 모든 투자 서적과 제테크 서적에 쓰여 있고 워런 버핏을 비롯한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입만 열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의 군중은 '시장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 는 투자 격언을 '보행자는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 는 말처럼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군중은 왜 정작 투자시장에 들어가면 자신이 아는 바와 다르게 행동하는 걸까?
그 결과 그나마 모아둔 돈마저 합법적으로 털리고 마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문고전 독서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이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은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 가 있어야 한다.
철학하는 세포는 오직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군중은 재테크 서적은 읽어도 철학고전은 읽지 않는다. 즉 군중의 두뇌에는 '철학하는 세포' 가 없다. 그 결과 투자시장에 발을 들여 놓기만 하면 그동안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시장과 다르게 사고하라' 라는 말을 순식간에 망각하고 자신의 재산을 '철학하는 세포' 를 가진 세계적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바치고 마는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비롯한 진정한 투자의 구루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월스트리트 금융시장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탐욕으로 가득 찬 소위 금융 전문가들과 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구름 같은 군중의 행렬을 과감히 무시하고 오히려 그들이 '죽는 길이다' 라고 한 ' 다른 길' 을 가는 것이다." 라고 애가 타도록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 왔다. 만일 누구라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이 애독한 책을 읽어서 그들 같은 사고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책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베스트셀러 또한 감동과 지식은 줄 수 있으되 지혜는 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베스트셀러 자기계발 서적은 독자에게 불같은 열정과 폭풍 같은 도전을 던져준다. 베스트셀러 소설은 독자의 마음을 고양하고 감동의 물결에 젖게 한다. 베스트셀러 인문교양 서적은 독자로 하여금 지적 만족감과 지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베스트셀러 제태크 서적은 돈을 버는 방법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서양의 천재 경제학자들이 만든, 우리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아름답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인문 고전을 열심히 읽기만 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지혜는 책 속에 있지 않다. 지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 세상에는 소위 인문고전 마니아라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교수들은 평생 인문고전만 파고든다. 하지만 그들의 독서는 세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들은 인문고전을 '공부' 하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을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우는 대신 말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교수들이나 존 템플턴, 피터 린치 같은 투자자들은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운 사람들이다.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 를 만든 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월스트리트 금융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은 사람들이다. (계속)
이지성<리딩으로 리드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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