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시절 아버지는 2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잠적했고, 그 빚은 고스란히 나에게 넘어 왔다.
나는 아버지의 주 보증인이었다. 하루 아침에 사회 밑바닥, 아니 지하 100층으로 떨어졌다. 빛조차 들지 않는 곳이었다. 현세의 지옥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미웠다.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미워하고 원망해서 어쩌란 말인가. 그래봤자 지하 100층에서 200층으로 떨어질뿐이다. 그동안 치열하게 읽은 자기계발서들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의 가르침대로 아버지를, 내 이십 대를 축복했다. 그리고 20억 원이 넘는 빚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물론 쉽지 않았다. 매일 처절한 내면의 투쟁이 있었다. 또한 그 투쟁에서 패배해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무수히 있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그래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는 아버지의 모든 빚을 책임지기로 했다. 비록 현실적으로 갚을 능력은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이미 빚을 갚은 나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렸다. 간절한 마음은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서른네 살 무렵 나는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지하 100층에서 지상 100층으로올라갔고 모든 빚을 없앨 수 있었다. 한 번씩 스스로에게 묻는다. “만일 내가 그때 모든 불행의 책임을 아버지에게 돌렸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말이다. 아마도 나는 지하200층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생매장되고 말았을 것이다. 만일 당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아버지에 대한 실망, 분노, 원망, 체념 등의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면 털어버려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버지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 많아서 불가능해!”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르거든 클레오파트라를 생각해보라. 그녀라고 마음이 없었겠는가. 그렇지만 그런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없기에 나를 망가뜨리는 감정을 버리고 나를 새롭게 새우는 지혜를 선택한 것이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사랑하라. 만일 그게 어렵다면 아버지에 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이라도 멈춰라. 다른 누가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하라. 이제 당신 자신의 삶을 살 시간이다. 아버지라는 그늘을 벗어나 무한히 열린 하늘로 힘차게 비상할 시간이다. 클레오파트라처럼 강하고 아름답고 현명해질 시간이다. 당신은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