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독서의 힘이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독서의 힘이다. 학교공부는 독서를 통해 얻는 사고의 힘을 결코 가르치진 못한다. 나의 인식과 생각을 정리하고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스스로의 독서를 통해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독서 버릇은 여태껏 한번도 쉬지 않고 이어져 왔다. 처음엔 중고 책방에서 삼중당 문고판 전체를 하나하나 읽기 시작해 첫해에 100권 넘는 책을 읽었다. 등하교 시간의 차 안에서는 항상 책을 붙들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 가장 좋았던 것은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빌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입학식 때 하나씩 주었던 도서관 출입증에는 빌려간 책을 적어 넣는 페이지가 30여 장 있었지만 한 학기도 끝나기 전에 모두 채워버렸다. 인문서적을 읽었으며 온갖 세계 문학을 건조한 땅에 비 받아들이듯 읽어나갔다.
미국에 올 때도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책을 남김없이 싸들고 왔다. 그 이후로도 한국에 들를 때나 다른 도시를 방문하면 항상 책방을 먼저 찾아갔다. 요즘도 한 달에 책값으로 평균 300달러 정도를 사용하며 보유하고 있는 책들이 수천 권이 넘는다.
나의 관심 독서 방향은 일정치 않았다. 여름 한철은 비교문화에 관련된 책만을 주로 읽다가 가을에는 물릭학 관련 자료를 읽었다. 물리학자들이 영향을 받은 철학책을 읽다 보면 수학으로 돌아오고 그러다 느닷없이 동학관련 서적에 몰두하거나 불교서적을 즐겨 읽기도 했다. 책 속에서 다른 저자의 책이 소개되는 경우는 반드시 그 책을 찾아 읽었다. 노자에서 김용옥에서 오강남에서 김교훈에서 함석헌에서 유영모로 옮겨가듯이 독서를 즐겼다.
서른 후반에는 시집도 좋아했다. 좋은 한 편의 시는 소설 한 권과 같은 영향을 준다. 천성적으로는 외우는 것이 부족해 전편을 외우는 시는 없어도 많은 시를 기억하고 있다. 흔히 고전 명작이라는 책들은 나이가 들어서 다시 한번 전체를 읽어봤다. 젊어서 이해 없이 읽던 시절과는 또 다른 감흥를 주었다.
마흔이 넘어서는 물리학과 수학에 빠져 어려서 수학을 공부하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어떤 이들은 나의 이런 독서량을 지켜보며 제목이나 제대로 기억하느냐고 묻는다. 물론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미와 분석은 이미 내 안에서 다시 성장해 나간다. 독서는 읽은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필요 한 것이 아니다. 독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위대한 학자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노자나 러셀 또는 촘스키 같은 분도 독서를 통해서는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스승으로 모시고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런 기회를 통해 나의 사고와 인식의 경계는 넓어져 갔다. 독서는 나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독립적 인간으로 키워냈다.
나는 지금 어떤 문학이나 어떤 종교나 어떤 문화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나를 가르친 스승들로부터 '독립인' 이다. 특별히 역사인식이나 사고의 영역을 넓혀준 수많은 자유사상가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나는 내 인생 어느 때보다도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잘 사용하고 있다. 독서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독서 습관을 가진 이후로는 늙어가는 것도 기쁘다. 죽기 전까지 항상 무엇인가를 할 일이 있고, 언제까지고 배워간다는 행복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나는 '아들에게 주는 교훈' 이라는 글을 발표했다가 갑자기 유명세를 탄 일이 있었다. 그 때 평소의 여러 글들을 모아서 '좋은 아빠' 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적이 있었다. 일전에 무료함을 달래려 우연히 검색창에 내 이름과 책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여러 글들이 과도한 칭찬을 받으며 담겨져 있었다. 내가 여러 책에서 여향을 받았듯이 내 작은 글들도 여러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알고 너무 기뻤다. 오늘도 나는 책이 만드는 기적을 본다. 바로 인간을 바꾸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김승호 회장<김밥 파는 CEO>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