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부자의 사고방식의 지향점은 철학자의 그것과는 판이 하지만 말이다.
짐 로저스는 대학을 졸업하고 월스트리트로 들어갔는데 당시 그의 전 재산은 600달러였다. 하지만 그가 월스트리트에서 나왔을 때 그의 재산은 약 14001만 달러로 불어나 있었다. 그는 조지 소로스와 '퀸텀 펀드' 를 설립했는데 이 펀드를 운용하면서 10년간 4000퍼센트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현재 세계 최고의 거부 중 한 명인 그는 옥스퍼드 대학의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발리올 칼리지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부자가 되는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철학을 공부해서 '생각하는 능력' 을 길러라." "역사를 공부하라." 그는 여기에 열 가지 조언을 더하는데 "중국어를 배워라" 를 제외한 나머지 아홉 가지 조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투자하라."
마크 파버는 1987년 뉴욕 주식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블랙 먼데이' 사태, 1990녀대 일본 거품경제 붕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한 세계 금융시장의 구루 이자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신흥시장 투자의 일인자다. 그는 거부를 꿈꿈꾸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조언한다. "황무지에서 금맥을 캐내려면 돈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철학, 역사, 지리를 공부해야 한다."
이외에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삶을 조사해보면 1)독서광이다, 2) 최고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가다, 라는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실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 왜 세계적인 투자자가 없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그들만큼 인문고전을 읽지 않는다. 물론 투자기법이나 매매 기법을 다룬 책들은 다들 열심히 읽는다. 하지만 그것은 '독서' 라기보다는 '제테크 공부' 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독서는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주지 못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관점에서 보면 고작해야 푼돈 버는 기술이나 가르쳐줄 뿐이다.
아서 크라크는 투자회사 '아서 D. 클라크 앤드 컴퍼니' 의 경영자로 연간 복리 수익률 17.67퍼센트(1985년 이후)를 기록한 성공한 투자자이다. 그는 워런 버핏 연구가이기도 한데 버핏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워런 버핏과 밀턴 프리드먼과 소크라테스를 동급으로 본다."
아서 클라크의 이야기는, 그 자신이 말한 대로, 이상하게 들린다. 소크라테스는 철저하게 비물질적인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에 도착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월스트리트와 시카고 대학으로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들이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들을 찾아가서 "당신들의 삶의 진리에 위배되는 것" 이라는 가르침을 설파할 것이다. 아서 클라크는 소크라테스의 이런 성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밀턴 프리드먼에 대해 많이 연구한 것으로 보이는 그가 이런 이상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가 소크라테스의 삶이나 사상을 말한 것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란 곧 철학자의 사고방식인데 그 핵심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 이다. 이 사고방식을 필연적이니 군중의 사고방시과 반대되는 것이다.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군중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중은 철학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고, 철학자는 군중 속에서 평생 외롭게 살거나 은둔한다.
철학자의 사고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철학자가 경멸할 듯한 돈의 영역에서도 빛을 발한다. 세상의 모든 거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이, 돈은 이상하게도 군중이 가지 않는 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는 곧 군중이 가지 않는 곳을 탐험하는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누가 군중이 가지 않는 곳에 갈까? 당연히 군중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자의 사고방식의 지향점은 철학자의 그것과는 판이하지만 말이다. (계속)
이지성<리딩으로 리드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