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꿈은 자신이 지금 당장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기에 꿈이다.
자기계발서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는 '자신의 목표를 종이에 적어라' 이다. 종이에 적고 나서 그 종이를 가지고 다니라는 책도 있고, 종이에 적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라는 책도 있다. 꿈을 표시하는 사진을 오려서 붙이라는 책도 있고, 동영상을 만들라는 책도 있다. 어쨌든 이 모든 자기계발서에서 하는 말은 하나다. 자신의 꿈을 종이에 쓰든 사진으로 찍든 그림을 그리든 동영상으로 만들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꿈을 외적으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꿈을 자신의 마음속에만 둔다. 꿈을 생각만 한다. 이러저러 하고 싶다는 꿈을 마음속에만 간직한 채 고이고이 모셔둔다. 꿈을 종이에 적으라는 것은 마음속에 간직한 꿈을 외부에 표시하라는 뜻이다. 꼭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표한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기 자신만 볼 수 있어도 된다. 어쨌든 종이에 객관적으로 적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 때 그 꿈을 마음속에서만 생각하고 있으면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그 꿈을 종이에 적으면 실현된다. 이 말이 맞을까?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일까? 그냥 하는 말일까?
이 명제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도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학자다. 학자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저 미신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난 이 명제를 계속 무시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라고 했다.

그런데 자기계발서를 계속 읽다 보니 이렇게 말하는 책이 아주 많았다. 종이에 써라. 비전 사진첩을 만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한번 속는 셈치고 목표를 종이에 써보기로 했다. 2년 동안은 그저 자기계발서를 읽기만 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종이에 목표를 적은 것이다. 나의 비전과 목표의 목록을 만들고, 그 안에 '벤츠 사기' 라고 적었다. 정말로 벤츠를 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하도 '종이에 적어라'라는 말이 많으니 한번 적어본 것뿐이다. 여러 자기계발서가 반복하는 말에 '한번 들어주지' 라는 마음으로 나의 목표를 목록으로 만들어 적었다.
나의 비전 목록에 '벤츠 사기' 를 적고, 프린터로 출력해서 포켓 파일에 넣고 다녔다. 다른 서류들이 들어 있는 포켓 파일을 열 때마다 그 비전 목록들을 보았다. 거의 매일, 못해도 며칠에 한 번은 '벤츠 사기' 라는 목록을 보았다. 그렇게 '벤츠 사기' 라는 목록을 계속 마주하다가 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벤츠를 살 수 있을까?"
그런데 '벤츠 사기' 라는 목록을 계속 마주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벤츠를 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질문을 떠올린 것이다. 그 이전에는 단순히 희망으로만 간직하고 생각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벤츠를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는 실제 행동 영역에 들어갔다. 마음속에서 실제로 벤츠를 사기 위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꿈을 가진다고 꿈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종이에 적는다고 그 목표가 저절로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조물주가 내가 종이에 적은 목표를 보고 그 목표를 이뤄주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나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꿈의 실현을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내가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생긴다.
종이에 꿈을 적고 계속 종이를 보면, 그 꿈에 대해서 그만큼 더 생각하게 된다. 꿈을 계속 의식하게 된다. '이걸 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주입된다. 그렇게 그 꿈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면 어느 순간에 그 생각이 진화한다. '벤츠를 사고 싶다' 라는 단순한 소망이 '어떻게 하면 벤츠를 살 수 있을까' 로 진화한다. 벤츠를 사기 위한 방법론에 들어간 것이다. 이때부터는 실제 행동 영역에서 벤츠를 사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나는 실제 행동 영역에 들어간 이후부터 벤츠를 살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벤츠의 차종은 무엇이 있으며 가격이 얼마이며 할부 조건이나 리스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종이에 쓰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말에는 중간 단계가 있다. 종이에 쓰면 자신의 꿈을 계속 보게 된다. 생각만 할 때는 많아야 한달에 한두 번 그 꿈을 의식할 뿐이지만, 종이에 써서 옆에 두면 매일매일 그 꿈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꿈을 계속 의식하다 보면 그 꿈을 달성할 방법을 찾는다. 구체적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을 실행한다. 그렇게 그 방법을 실행하다 보면 그 꿈이 실제로 달성된다.
처음부터 그 꿈을 실행할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꿈은 자신이 지금 당장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기에 꿈이다. '이건 내가 분명히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면 그건 꿈의 영역이 아니다. 실제 가능핟고 생각해야 방법을 찾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그 방법을 찾지도 않는다. 종이에 꿈을 적고 계속 바라보는 효과는 그 점이다. 계속 보다 보면 그 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방법을 찾지 시작한다. 종이에 꿈을 쓰고 계속 바라보다 보면 그렇게 꿈을 달성할 방법을 찾고 실행하게 된다.
내가 벤츠를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종이에 '벤츠 사기' 를 적고 계속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마으로 벤츠를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이후에 벤츠를 사기 위해 수입을 늘리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벤츠를 살 방법을 찾아 실행하게 한계기는 종이에 적은 '벤츠 사기' 였다.
최성락<나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벤츠를 샀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