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은 없어지고 다른 한 사람의 인생만 남는 결혼 생활은 안정적일 수 없다.
진실한 관계를 잃는 것은 삶의 틈이 조금 벌어진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두고두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떤 것도 잃어버린 관계를 대신하지 못한다. 진실한 관계가 떠난 뒤 나의 삶의 문이 닫히고,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열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 진실한 관계가 없다면 영혼은 메마르고, 그로 인해 삶이 비틀거릴 것이다. 진실한 관계는 결혼 생활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진실한 관계 없이는 결혼 생활이 유지되기 힘들다.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진실한 관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거나 건강이 악화될 때, 진실한 관계가 없다면 진정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주지 못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할 때 진실한 관계로 인해 결혼생활에 사랑이 싹튼다.
지나친 자기애와 부족한 자존감은 인간의 마음을 침식시키고 사랑의 발전을 막는다. 자기 자신에게 도취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섬기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소비한다. 그들은 받고, 또 받고 또 받으면서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자신에게 맞춘 결혼 생활을 원한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누군가의 뒤에 숨어서 현실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얻는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다 보면 영원한 사랑을 누릴 수 없게 된다. 곧 서서히 관계가 흐트러지고 그들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 사람의 인생은 없어지고 다른 한 사람의 인생만 남는 결혼 생활은 안정적일 수 없다.
독립적이지 않은 관계는 결코 진실한 관계가 될 수 없다. 성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오늘날에 한 사람의 인생이 희생되는 방식의 결혼 생활은 결코 동반자 관계라고 할 수 없다. 아내는 양육자 그 이상이다. 아내도 재능과 생각을 지닌 사람이다. 남편은 부양자 그 이상이다. 남편도 감정과 눈물을 지닌 사람이다. 따라서 진실한 관계에 바탕을 둔 결혼 생활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으며, 서로에게 가능성을 열어 준다.
오스트리아의 의사 조셉 바르트는 "결혼은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지막 기회" 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하지만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연결되어 있지만 각자의 참모습을 억누르지 않으면서, 힘을 합쳐 완성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사랑이 보여주는 것들
사랑의 영적인 효과는 대단히 크다. 사랑을 아는 것은 자유로운 신뢰를 아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을 사랑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사랑이란 보물을 발견해 본 사람은, 그것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그 사랑은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캐내는 천연 자원이자 우주의 소원이며 에너지가 된다.
우리가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또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 안에서 하느님의 경이로움을 느낄 때, 지상에서 천국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을 받으면 새로워지고,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과 함께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에 푹 빠진 아들에게 어머니가 물었다.
"네 약혼녀는 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아들이 꿈꾸듯 말했다.
"내가 잘생기고, 능력 있고, 춤도 잘 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너는 그 애를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자 아들이 대답했다.
"나를 잘생기고, 능력 있고, 춤도 잘 추는 사람으로 봐주는 여자에요!"
사랑은 옹졸함에서 벗어나게 해 줄 뿐만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릎쓸 용기를 준다. 사랑은 한계가 있는 나에게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기적처럼 일어나게 함으로써 기적을 행하시는 하느님의 위대함을 가르쳐 준다. 또한 사랑은 우리의 자존감을 높이고 감탄과 경의를 느끼게 만든다. 사랑은 우리를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들어 올려 놀랍고도 충만한 삶의 왕관을 씌워 준다. 사랑은 긴 하루를 편하게 만들고 어려운 때를 잘 견딜 수 있게 하는 인정과 긍지와 관심과 긍정을 가져온다. 사랑은 우리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마음을 보여 준다. 사랑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여 다른 사람이 하느님을 볼 수 있게 한다. 사랑은 감가과 판단 너머에 있는 것을 보게 한다. 사랑은 우리의 실제 모습을 그리고 우리가 되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한다.
사랑은 내면에 있는 작지만 좋은 것을 보게 하고, 모든 것을 용서한다. 우리는 메마른 영혼에게서 매일 이러한 용서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무엇보다 지상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사랑을 보며, 바보 같다거나 어이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이러한 사랑은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거룩함이다.
"사랑은 생명과 죽음을 잇는 유일한 다리다."
조앤 치티스터 수녀<모든일에는 때가 있다> 중에서~